신종 코로나(COVID 19)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거의 끊기다시피 한 모스크바. 러시아 특유의 '풍물시장'으로 한국 관광객들과 현지 교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이즈마일로보'에 있는 '베르니사쥐'도 1990년대의 '벼룩 시장' 분위기로 되돌아갔다. 너도 나도 집안에 있는 중고물품들을 갖고 나와 서로 사고 팔던 '추억의 옛 모습'을 다시 찾은 듯하다.
모스크바시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몰려드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겨냥해 이 곳을 러시아의 문화예술과 공예, 민속, 전통을 유지, 개발하는 단지로 정비했다. '장인'으로 불릴 만한 전통 수공예가를 중심으로 화가, 도예가, 디자이너, 골동품 전문가, 기념품 단체 등을 한 자리에 모았고, 매장들도 새로 꾸몄다. 정교회 성당과 크렘린을 본 딴 목조 건물까지 세워 모스크바의 '명소'로 만들었다. 그 결과, 모스크바 관광 붐과 함께 '이즈마일로보'의 '베르니사쥐'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 이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모스크바에 여행객이 거의 끊어지면서 '베르니사쥐'에도 매서운 한파가 밀어닥쳤다. 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엔 옛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가판대(?)가 들어섰다. 시민들도 집에서 쓰던 물건이나 골동품 등을 다시 갖고 나와 팔고 있다. 러시아에선 늘 빠지지 않는 중고서적 판매 매장들도 많다.
1990년대부터 이 곳의 변화를 지켜본 교민으로서, '베르니사쥐'의 바뀐 모습에 사실 큰 충격을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번화한 이 곳이 1990년대 '벼룩시장'으로 되돌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역시 레닌과 고르바초프, 브레즈네프 초상화가 걸린 가게다. 1990년대로 되돌아갔다는 증표로 여겨진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요즘, 그동안 눈여겨 본 푸른 빛깔 '그젤' 그릇(도자기)이나 이콘(성화), 러시아 전통 공예품, 독특한 민속품, 골동품, 기념품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가격을 흥정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즈마일로보'의 '베르니사쥐'로 함께 가보자.
글·사진: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