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후기, 조선인들이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으로 첫 이주한 1860년대부터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냉전시대를 지나 한-소 수교, 소련해체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러, 북-러 관계및 교류의 역사를 집대성한 역작 '한러관계사'가 한국어와 러시아어판으로 동시 출간됐다. 출판 기념식도 29일 러시아(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회의실)와 한국(롯데호텔)에서 합동으로 진행됐다.




모스크바 기념식에는 글렙 이바센쵸프, 알렉산드르 파노프 전 주한러시아 대사들과 발레리 수히닌 전 주북한러시아 대사, 알렉산드르 보론쵸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한국몽골과장 등 남북한 주재 전직 대사들과 러시아의 한국 전문 학자들, 그리고 장호진 주러시아 대사 등 30여명이 초청됐다.
'한러관계사' 러시아어판 집필에 참여한 수히닌 전 주북한 대사는 "이 책은 한국과 러시아 학자들이 협력해 저술한 역사적인 저작"이라며 "이 책이 양국 관계발전의 기초가 되어 한-러 간의 협력관계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히닌 전 대사는 무려 939쪽에 이르는 러시아판(한국어판은 상 하 2권)의 북-러 교류 분야 중에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부분을 직접 집필했다.


'한러관계사'는 100년을 훌쩍 뛰어넘는 양국간 교류를 '10개의 큰 흐름'으로 나눠 정리했으며,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의 향후 교류 협력및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과 제언도 담았다. 양국 관계 역사를 연구해온 한-러 전문가 24명이 집필을 맡았고,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와 러한소사이어티가 각각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책을 펴냈다.
한국에서는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단장)와 엄구호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 등 11명이, 러시아에서는 아나톨리 토르쿠노프 러한소사이어티 회장(단장, 현 모스크바국제관계대 총장)와 김 나탈리아 모스크바국립대학 교수 등 13명이 참여했다.
'한러관계사'의 출판은 지난 2018년 한-러 수교 30주년(2020년) 기념 사업으로 기획됐다. 근대 이후 현재까지 양국 관계를 되돌아보되, 러시아 학자들의 참여를 통해 한-러 관계에 대한 일방적인 접근을 피하고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담기로 했다. 그 결과, 러시아측이 소장한 근현대사 관련 자료를 다수 참고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글: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사진:모스크바프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