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CIS토크) 서방의 가혹한 대러 에너지 제재, 크렘린의 대응 전략을 보니..
러시아CIS토크) 서방의 가혹한 대러 에너지 제재, 크렘린의 대응 전략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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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6.0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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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4년 제 6호(Vol. 06, 2024년 6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유혈사태이후 더욱 수위가 높아진 서방의 대(對)러 에너지 제재를 다뤘다. 김정환씨(박사, 러시아CIS 경제 전공)가 쓴 '서구의 대러 에너지 제재, 크렘린의 대응전략은?'이다. 소개한다/편집자

**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와 바이러시아(www.buyruaaia21.com)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서구의 대러 에너지 디커플링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는 응징 차원에서 대러시아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2022년 2월 24일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대러 제재의 수준과 강도를 현저히 높였고, 러시아의 숨통, 즉 에너지를 겨냥했다.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산 탄화수소 연료(석유) 수입에 의존해 왔던 유럽연합(EU)은 제 살 도려내듯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2022년 4월 EU는 5차 제재에서 러시아산 항공료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가했다. 같은 해 6월의 6차 제재에서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의 단계적 수입 금지를 명시했다. 다만 일부 EU 회원국들의 반발을 수용해 원유 부문 제재는 유조선을 통한 거래에만 적용되었다. 러시아-유럽 원유 거래량의 약 30% 가량을 차지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육상 운송도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듬해 6월 11차 제재에서는 '드루즈바 송유관'의 북부 지선을 통한 러시아 우랄산 원유의 수입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러시아산 원유 구매 물량의 축소와는 별개로, 2022년 10월에 발표한 8차 제재에서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가격 상한제(Price Cap)을 적용했다. 이 조치는 육상이 아니라 해상으로 거래되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EU는 배럴당 최고 수입 가격을 60달러로 결정했다.

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목적은, 1) 해상을 통해 세계 시장의 러시아산 원유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2) 국제 에너지 가격의 인상 압력 줄이기, 3) 러시아 재정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와 석유제품 수입을 줄여 크램린의 전쟁 수행 능력 축소하기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조치는 러시아가 석유 수출을 통해 확보하는 재정 수입을 감소시키면서도 전 세계 석유 공급 부문에서 충격이 가하지 않도록 고안된 고차원적인 제재의 틀이다. 따라서 EU 회원국의 사업체(석유 메이저 업체)가 가격 상한제를 준수할 경우, 제 3국으로 러시아산 원유나 석유 제품을 공급하는 거래, 운송 중개를 포함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규제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취지를 종합해 보면 이렇다.
EU의 에너지 전환 전략(REPowerEU)을 시행하여 회원국들의 러시아산 탄화수소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감소시키되, 가격 상한제라는 규정을 통해 제3국에 대한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조치를 적용한 결과, EU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2021년 EU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은 1일 평균 330만 배럴이었으나 2022년 290만 배럴로 감소했고, 2023년에는 60만 배럴 수준까지 급감했다. (표 1 참조)

◇러시아의 제재 돌파 전략

서구의 맞춤형 에너지 제재에 러시아가 손 놓고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 상한제 시행 이후, 지난 2년의 흐름을 추적해 볼 때 제재를 무력화하는 러시아의 몇 가지 대응 전략이 관찰된다.

첫째, 대러 제재 비참여국으로의 수출 밀어내기다. EU의 대러 제재 에너지 도입 이후 중국과 인도 시장에 대한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 물량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23년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수입선으로 등극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사실상 전무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를 제치고 러시아가 독보적인 1위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2023년 러시아산 원유는 인도의 전체 수입 비중 가운데 36%로 치솟았다.

둘째, 정유 시설이 있는 우호국가와의 협력 강화이다. 러시아산 원유가 해외에서 정재될 경우, 정제된 석유 제품의 원산지는 정제된 국가의 원산지 증명서가 발급된다. 따라서 국제 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데 (러시아산으로) 규제를 받지 않는다. 러시아 밖에서 정제된 석유 제품은 서방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허점을 활용할 경우, 러시아는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의 해외 정제 설비 매입을 통해 자국의 원유와 정유제품 수출을 도모할 수 있다.

셋째, 가격 상한제를 준수하면서 저개발 국가 혹은 경제적으로 덜 발달한 국가의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이다. 해당 국가들은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며, 정제 시설의 용량이 충분한 경우 저렴한 원재료 원유를 활용하여 석유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인센티브가 생긴다.

실제로 가격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아프리카 지역으로 가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량이 다소 늘어났고, 선박 시장에서도 아프리카 연안에서 운항이 가능한 '아프라막스'급(Aframax: 중·단거리 원유 수송에 최적화된 배) 유조선 수요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넷째, 가격 상한제의 맹점을 활용하는 수출 전략이다. EU의 원유 가격 상한제는 FOB(본선 인도 조건)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임, 통관, 수수료, 보험료 등을 포함하지 않고 해당 비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통장 발행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한다는 다소 모호한 조건을 갖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이런 불명료한 규정을 이용해, 원유 가격은 최대한 낮춘 뒤 운임과 기타 수수료를 높혀 수출 가격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가격 상한제를 무력화시키면서 시장 가격으로 원유와 석유 제품을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제재를 위반하거나 가격 상한제를 준수하지 않고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을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시장 주도의 정유및 보험사와 거래하지 않고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유조선들)을 통한 수출 방식이 있고, 또 공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러시아의 극복 과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구의 촘촘한 제재로 러시아는 유럽 에너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돌파 전략을 강구, 추진하고 있다. 대응책의 주요 방향은 수출국 다변화를 통한 대체 시장의 개척과 합법적 또는 비합법적 제재 우회 수출로 모아진다.

그러나 원유 가격 상한제 안에서 중국과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높아졌다는 점에서 특정 국가 의존도 심화라는 러시아 에너지 수출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온전히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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